COLUMN

2023.1.20

영화

현빈의 ‘교섭’과 ‘공조2’ 두 편의 영화 감상

연말 연시를 일본에서 보내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구정 설 연휴(2023년 1월 21~24일)가 되어 일본에 있는 동안 놓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우연히 현빈 주연의 영화를 연일 보게 됐다. 하나는 1월 18일 막 개봉한 ‘교섭’ 그리고 지난해 9월 개봉했는데 놓쳤던 ‘공조2: 인터내셔널’이다.

‘교섭’은 임순례 감독, 황정민, 현빈 주연으로 촬영 때부터 기대했던 영화 중 한편이다. 일본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대유행하던 2020년 나에게도 현빈을 인터뷰해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당시 현빈은 ‘교섭’ 촬영차 요르단에 가 있었는데, 해외 촬영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용케 촬영 일정을 잡았다 싶었다.

임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몇 안 되는 여성 감독이지만, 그렇다 해도 황정민, 현빈을 주연으로 해외 촬영까지 한 대규모 작품을 지휘한 것은 한국 여성 감독 중에서 처음이 아닐까.

영화는 2007년 한국 교회 신자들이 선교 활동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가 탈레반에 납치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구출을 위해 애쓰는 외교관 역을 황정민이, 국정원 요원 역을 현빈이 맡았다.

임 감독의 전작 ‘리틀 포레스트’과는 정반대로 긴장감이 가득한 영화였다. 수염을 기른 와일드한 현빈이 활약하는 액션 장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교섭에 나서는 외교관과 요원들의 고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임 감독다웠다. 탈레반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국제적으로 한국이 비난받을 수 있다. 인명 구조와 국가로서의 입장, 특히 미국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손예진과 결혼한 현빈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전에도 그녀와 같이 작품을 했는데 그 영화 제목이 ‘협상’이었다. 이번 작품명은 ‘교섭’. 모두 일본어로 ‘교섭(交涉)’이라 번역되는 탓에 구별이 쉽지 않다.

한편 ‘공조2’는 한국에서는 2017년 개봉한 ‘공조’의 시리즈로 현빈(북한 형사)과 유해진(한국 형사) 콤비에 다니엘 헤니가 가세해 북한, 한국, 미국 3국의 공조(합동수사)가 펼쳐진다. ‘공조’ 감독은 김성훈, ‘공조2’는 이석훈 감독으로 각기 다른 감독이었지만 모두 히트했고, ‘공조2’는 관객수 698만 명으로 코로나임에도 꽤 선전했다.

한국에 남파되어 공조를 요청하는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다시 콤비를 이루는 한국 형사 강진태(유해진), 같은 범인을 쫓는 FBI 잭(다니엘 헤니).

‘공조’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한 강진태의 처제 역의 유나(소녀시대)는 공조2에서 더욱 존재감이 커졌고, 전작과 변함없이 현빈에게 구애함과 동시에, 다니엘 헤니의 멋스러움에 취해 갈팡질팡하는 코믹함으로 재미를 더했다.

‘공조’ 시리즈는 액션&코미디 장르이므로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교섭’처럼 갈등을 그린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공통되는 건 미국의 존재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두 편의 영화였다. (번역・박수진)

2023.1.10

영화

일본 대중문화 개방 1호 영화 ‘가족 시네마’

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 한일문화교류 그중에서도 영화를 중심으로 한 연구 주제로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다. 한일문화교류의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는 1998년부터 한국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다.

그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일본의 대중문화 유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HANA-BI)(1998)’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영화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박철수 감독의 ‘가족 시네마(1998)’가 그보다 먼저였다. 원작은 재일코리안 작가 유미리의 동명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나비(HANA-BI)’는 일본 영화지만 ‘가족 시네마’는 한국 영화다. 그런데 왜 ‘가족 시네마’가 제한 혹은 개방의 대상이 되었을까? 일본 영화뿐만 아니라 일본 배우가 나오는 한국 영화도 그동안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비(HANA-BI)’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후 처음 한국에 공개된 일본 영화가 맞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빨리 개봉한 한국 영화 ‘가족 시네마’가 문화 개방에 따라 한국에 선보이게 된 최초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일본 영화뿐만 아니라 일본 배우가 나오는 한국 영화도 규제 대상이었다니 조금 놀라웠다. 이 사실을 지도 교수에게 말했더니 “’가족 시네마’는 일본 영화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일본 배우가 출연하며 배경 역시 일본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사도 일본어다. 언뜻 일본 영화처럼 보이지만,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모두 한국인이다.

출연자를 살펴보면 재일코리안 소설가 양석일, 유미리의 친여동생 유애리, 이사야마 히로코 등이 있다. 난 이 영화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본 적이 없었기에 일본에서 DVD를 사서 봤다.

영화를 보기 전 조사도 했었고, 이미 평점이 높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양석일의 무책임한 아버지 역의 연기다. 오사카 사투리와 표준어를 섞은 듯한 말투를 쓰며, 수상한 행동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어색함은 영화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는 설정 때문인지 전문배우가 아니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내내 웃음 지으며 봤다. 그에 더해 감독 역을 맡은 김수진도 신주쿠양산박 대표로 배우이면서 연출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감독 역할을 맡았으니, 이게 또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를 최근 인터뷰나 미팅에서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 젊은 시절의 그를 보게 되니 개인적으론 신선했다.

영화 내용은 원작 소설도 있기 때문에 이곳에 자세히 쓰지는 않겠지만, 박철수 감독의 당시 인터뷰 내용을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양석일의 캐스팅에 대해서 “다큐멘터리적으로 영화를 찍기 위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사람보다 어딘가 어색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다”라면서 “그에게 요청한 건 제대로 대사를 외우지 않아도 되니 꾸밈없이, 딱딱해지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양석일의 인상에 대해서는 “’피와 뼈’는 굉장한 이야기인데, 그런 작품을 쓴 사람이 이렇게 유머러스한 인물인가 싶었다”라고 말했다. 나 또한 양석일 작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거물급 작가라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이런 코믹한 연기를 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참고로 김수진은 양석일의 소설 ‘밤을 걸고’를 2002년 영화화했는데 이 영화는 한일 배우들이 참여했고, 한국에서 촬영됐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한국에서 일본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한일 합작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그 첫 번째 예가 ‘가족 시네마’였다. (번역・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