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2023.3.4

언어

『재미있는 색이름 탄생 이야기』 번역가 대담

2월에 발매된 번역서 『재미있는 색이름 탄생 이야기』에 대해 박수진과 나리카와 아야가 번역 작업에 대해 되돌아봤습니다.

 

박수진(이하 수진):처음 ‘재미있는 색이름 탄생 이야기’ 번역 의뢰가 왔을 때 하고 싶다고 생각한 포인트는?

 

나리카와 아야(이하 아야): 색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번역하면서 색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조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 수진이는?

 

수진:처음 샘플 번역으로 ‘러브 인 어 미스트’, ‘애쉬즈 오브 로즈’, ‘매직 드래건’ 세 가지 부분을 받았는데 하나하나 내용도 길지 않고, 흥미로워서 저도 재미있게 번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실제 번역을 시작해 보니 아…내 생각이 짧았구나! 후회??가 됐죠 (웃음)

 

아야: 어떤 점이 어려웠어?

 

수진: 색이름 탄생의 에피소드가 명확하게 나오고,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좋았는데 다소 추상적이거나 ‘후타리시즈카’ 처럼 일본 전통문화에 얽힌 이야기 부분을 그것도 짧은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색이름을 한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하는 것도 고민이었죠.

 

아야: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예를 들어 ‘昆布茶色’ 는 내용을 읽어 보면 다시마 같은 갈색이지 ‘다시마차’ 색은 아닌데 그걸 한국어로 ‘다시마차색’이라고 발음대로 번역하면 ‘갈색’이라는 게 전달이 안 되니까. 근데 결국 ‘다시마갈색’이라고 했지. 정답은 없지만 최대한 원문의 의미를 살리면서 한국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잘 읽히도록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게 가장 어려웠어.

 

수진: 저는 언니와 번역 작업을 하면서 그런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체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작업 기한이 너무 짧아서 일일이 알아볼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언니도 그런 점에서는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요?

 

아야: 사실 번역 기간은 한 권 꼬박 한 달 반이었으니까. 나도 조사하는데 꽤 힘들었어. ‘둔색’에서‘겐지모노가타리’의 인용 부분이 있는데 고어(古語)라서 일본어로도 무슨 뜻인지 해석이 어려운데 한국어로 번역을 검토한다는 게 정말 어려웠지.

 

수진: 전 다른 의미에서 ‘겐지모노가타리’나 ‘만엽집’은 일본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서적인데 한국 독자에게 어디까지 보충 설명을 할지 고민이 됐어요. 너무 설명이 많아도 가독성이 떨어지고, 그 기준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아야: 그럼 반대로 번역하면서 재밌었거나 혹은 새로 배운 건?

 

수진: 몰랐던 색이름 스토리를 알아가는 게 재밌었어요. 예를 들어 간장의 색깔이 ‘보라’였다는 것도 그렇고 보라색은 예로부터 고귀한 색이라 귀중한 조미료였던 간장을 ‘보라’라고 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생각했죠. 그리고 에도 시대에 서민에게는 보라색 사용이 금지됐는데 그 비슷한 색을 만들어 ‘니세 무라사키(似紫)’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등등 시대 배경도 공부가 됐죠.

언니도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새롭게 배운 게 있나요?

 

아야: 원래 한국 색깔 표현이 굉장히 다양하잖아. 예를 들면 노란색이라도 노란, 노랑, 노르스름, 노리끼리, 누런… 등등 그런 표현을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지 좀 더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어 실력의 한계를 느꼈지(웃음). 이번 번역을 통해 색에 대한 한국어 어휘력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 수진이는 어떤 색이 제일 좋았어?

 

수진: ‘티파니 블루’의 대명사 ‘로빈스 에그 블루’요! 원래 파란색을 좋아하는데 이 색은 로빈이라는 새의 알 색깔로 붙여진 이름이더라고요. 로빈이라는 새는 ‘행복을 나르는 새’라고도 불리는데 그 행복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색인 것 같아 좋아요.

 

아야: 책이 완성되고 여러 사람에게 책 선물을 했는데 책 내지의 컬러풀 함을 좋아하더라. 특히 ‘로빈스 에그 불루’의 선명함은 눈길을 끄는 것 같아.

 

수진: 언니는 어떤 색이 좋아요?

 

아야: 음~ 난 ‘상반색’ ? 좀 칙칙한 색인 듯 하지만 변하지 않는 초록색이지. 자연의 녹음이 가득한 고치에서 자란 나에겐 역시나 자연의 베이직한 색이 편안함을 주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안정감. 색이름에도 그게 드러나서 좋아.

 

수진: 저랑 같이 번역해보니 어떠셨어요(웃음)? 원래는 언니한테 번역 의뢰가 온 책인데 저한테 같이 하자고 한 거잖아요?

 

아야: 수진이를 번역가로 데뷔시키고 싶었지! 솔직히 정말 번역 기간이 짧아서 원래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조사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순식간에 책이 나왔어. 그래도 이렇게 손에 쥐고 보니 성취감이 생긴다. 힘들었던 건 생각조차 안 나고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웃음) 암튼 수진 번역가 데뷔 축하해!!

 

수진: 언니가 검수할 시간도 필요해서 번역 자체를 한 달 만에 끝내야 그나마 맞출 수 있어서 과연 가능할지 불안함이 컸어요. 근데 데뷔시키겠다는 언니의 마음이 너무 전해졌나봐요. 힘들었지만 이렇게 책이 나오니 가장 먼저 언니에게 감사하고,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도 고맙네요(웃음)

2023.1.20

영화

현빈의 ‘교섭’과 ‘공조2’ 두 편의 영화 감상

연말 연시를 일본에서 보내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구정 설 연휴(2023년 1월 21~24일)가 되어 일본에 있는 동안 놓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우연히 현빈 주연의 영화를 연일 보게 됐다. 하나는 1월 18일 막 개봉한 ‘교섭’ 그리고 지난해 9월 개봉했는데 놓쳤던 ‘공조2: 인터내셔널’이다.

‘교섭’은 임순례 감독, 황정민, 현빈 주연으로 촬영 때부터 기대했던 영화 중 한편이다. 일본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대유행하던 2020년 나에게도 현빈을 인터뷰해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당시 현빈은 ‘교섭’ 촬영차 요르단에 가 있었는데, 해외 촬영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용케 촬영 일정을 잡았다 싶었다.

임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몇 안 되는 여성 감독이지만, 그렇다 해도 황정민, 현빈을 주연으로 해외 촬영까지 한 대규모 작품을 지휘한 것은 한국 여성 감독 중에서 처음이 아닐까.

영화는 2007년 한국 교회 신자들이 선교 활동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가 탈레반에 납치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구출을 위해 애쓰는 외교관 역을 황정민이, 국정원 요원 역을 현빈이 맡았다.

임 감독의 전작 ‘리틀 포레스트’과는 정반대로 긴장감이 가득한 영화였다. 수염을 기른 와일드한 현빈이 활약하는 액션 장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교섭에 나서는 외교관과 요원들의 고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임 감독다웠다. 탈레반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국제적으로 한국이 비난받을 수 있다. 인명 구조와 국가로서의 입장, 특히 미국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손예진과 결혼한 현빈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전에도 그녀와 같이 작품을 했는데 그 영화 제목이 ‘협상’이었다. 이번 작품명은 ‘교섭’. 모두 일본어로 ‘교섭(交涉)’이라 번역되는 탓에 구별이 쉽지 않다.

한편 ‘공조2’는 한국에서는 2017년 개봉한 ‘공조’의 시리즈로 현빈(북한 형사)과 유해진(한국 형사) 콤비에 다니엘 헤니가 가세해 북한, 한국, 미국 3국의 공조(합동수사)가 펼쳐진다. ‘공조’ 감독은 김성훈, ‘공조2’는 이석훈 감독으로 각기 다른 감독이었지만 모두 히트했고, ‘공조2’는 관객수 698만 명으로 코로나임에도 꽤 선전했다.

한국에 남파되어 공조를 요청하는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다시 콤비를 이루는 한국 형사 강진태(유해진), 같은 범인을 쫓는 FBI 잭(다니엘 헤니).

‘공조’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한 강진태의 처제 역의 유나(소녀시대)는 공조2에서 더욱 존재감이 커졌고, 전작과 변함없이 현빈에게 구애함과 동시에, 다니엘 헤니의 멋스러움에 취해 갈팡질팡하는 코믹함으로 재미를 더했다.

‘공조’ 시리즈는 액션&코미디 장르이므로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교섭’처럼 갈등을 그린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공통되는 건 미국의 존재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두 편의 영화였다. (번역・박수진)

2023.1.10

영화

일본 대중문화 개방 1호 영화 ‘가족 시네마’

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 한일문화교류 그중에서도 영화를 중심으로 한 연구 주제로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다. 한일문화교류의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는 1998년부터 한국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다.

그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일본의 대중문화 유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HANA-BI)(1998)’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영화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박철수 감독의 ‘가족 시네마(1998)’가 그보다 먼저였다. 원작은 재일코리안 작가 유미리의 동명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나비(HANA-BI)’는 일본 영화지만 ‘가족 시네마’는 한국 영화다. 그런데 왜 ‘가족 시네마’가 제한 혹은 개방의 대상이 되었을까? 일본 영화뿐만 아니라 일본 배우가 나오는 한국 영화도 그동안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비(HANA-BI)’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후 처음 한국에 공개된 일본 영화가 맞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빨리 개봉한 한국 영화 ‘가족 시네마’가 문화 개방에 따라 한국에 선보이게 된 최초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일본 영화뿐만 아니라 일본 배우가 나오는 한국 영화도 규제 대상이었다니 조금 놀라웠다. 이 사실을 지도 교수에게 말했더니 “’가족 시네마’는 일본 영화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일본 배우가 출연하며 배경 역시 일본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사도 일본어다. 언뜻 일본 영화처럼 보이지만,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모두 한국인이다.

출연자를 살펴보면 재일코리안 소설가 양석일, 유미리의 친여동생 유애리, 이사야마 히로코 등이 있다. 난 이 영화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본 적이 없었기에 일본에서 DVD를 사서 봤다.

영화를 보기 전 조사도 했었고, 이미 평점이 높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양석일의 무책임한 아버지 역의 연기다. 오사카 사투리와 표준어를 섞은 듯한 말투를 쓰며, 수상한 행동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어색함은 영화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는 설정 때문인지 전문배우가 아니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내내 웃음 지으며 봤다. 그에 더해 감독 역을 맡은 김수진도 신주쿠양산박 대표로 배우이면서 연출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감독 역할을 맡았으니, 이게 또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를 최근 인터뷰나 미팅에서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 젊은 시절의 그를 보게 되니 개인적으론 신선했다.

영화 내용은 원작 소설도 있기 때문에 이곳에 자세히 쓰지는 않겠지만, 박철수 감독의 당시 인터뷰 내용을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양석일의 캐스팅에 대해서 “다큐멘터리적으로 영화를 찍기 위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사람보다 어딘가 어색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다”라면서 “그에게 요청한 건 제대로 대사를 외우지 않아도 되니 꾸밈없이, 딱딱해지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양석일의 인상에 대해서는 “’피와 뼈’는 굉장한 이야기인데, 그런 작품을 쓴 사람이 이렇게 유머러스한 인물인가 싶었다”라고 말했다. 나 또한 양석일 작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거물급 작가라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이런 코믹한 연기를 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참고로 김수진은 양석일의 소설 ‘밤을 걸고’를 2002년 영화화했는데 이 영화는 한일 배우들이 참여했고, 한국에서 촬영됐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한국에서 일본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한일 합작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그 첫 번째 예가 ‘가족 시네마’였다. (번역・박수진)

2023.1.3

맛집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복어탕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아시나요? 몇 달 전부터 한국에서 누구를 만날 때마다 “보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반응은 몇 년 전만 해도 TV 도쿄에서 방영한 ‘고독한 미식가’였다. 난 관계자도 아니고, 아무 연관도 없지만, 일본 사람을 만나면 괜스레 말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두 매체는 ‘식(食)’을 주제로 하며 현지인이 갈 만한 음식점을 소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는 마츠시게 유타카가 연기하는 이노가시라 고로가 홀로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며 진지하게 혼잣말로 맛을 평가하는 드라마다. 한국에서도 한글 자막판으로 반영하여 인기를 끌었다. 한편,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한국어로 진행된다. ‘마츠다 부장’이라 불리는 일본인 남성이 오사카 부근의 맛있는 음식점에 가서 카메라맨이나 동행한 스태프(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채널로, 메인으로 나오는 마츠다 부장의 한국어 실력이 꽤나 유창하다.

내게 채널을 보고 있다고 말한 사람도 으레 “아야 씨보다 한국어를 잘해요”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봤더니 정말 잘한다. 그뿐만 아니라 특유의 여유 있는 자세로 음식에 얽힌 다양한 상식까지 소개해 준다. 덕분에 나도 한국에 있는 사이 푹 빠졌고, 이번에 오사카에 가면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에서 소개한 가게에 꼭 가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소개된 수많은 가게 중에서 이번에 간 곳은 ‘후구 쿠지라(복어 고래 ふぐくじら)’라는 가게다. 이름 그대로 복어와 고래를 파는 가게로 ‘응? 고래 고기?’ 하고 잠깐 멈칫했지만, 이번에는 마츠다 부장이 추천한 복어 코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장소는 도톤보리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골목 안쪽에 위치해 관광객들이 찾기엔 다소 어려울 줄 알았는데 역시나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와 있었다. 스마트폰 지도로 길을 찾는 것은 현지인이나 외국인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복어를 택한 건 오사카 하면 복어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츠다 부장도 강조했듯이, 오사카 사람들은 복어를 자주 먹는다. 최상급 복어라 불리는 ‘토라후구 (자주복 とらふぐ)’의 소비량은 일본에서 최고로 꼽히고, 전국의 약 60%를 오사카에서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간 건 1월 2일이었고, 영업할까 싶어 새해 첫날에 전화를 걸었는데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점원이 전화를 받았던 걸 보면 아마 신정에도 영업하지 않았나 싶다.

복어를 잘 먹는 편이라 해도 비싼 탓에 그리 편히 먹을 수는 없지만 ‘후구 쿠지라’는 그럭저럭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복어 껍질부터 사시미, 튀김, 구이, 탕, 죽 등으로 구성된 복어 삼매경 코스를 주문해 배가 터질 정도로 실컷 복어를 즐겼다. 복어구이는 처음이었는데 마늘과 고추가 듬뿍 올려져서 나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중앙일보 칼럼에도 소개한 바 있듯이 오사카에서 ‘텟치리(てっちり)’라고 부르는 복어탕은 한국에서 ‘복지리탕’이라고 한다. 한국어의 ‘지리’는 맑은 국물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텟치리’에서 전해온 게 아닌가 싶다. 덧붙여 일본어로 복어를 뜻하는 ‘후구’는 ‘복’, ‘복어’와 발음이 비슷하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오사카는 한국과 왕래가 잦은 도시로 음식 문화 역시도 한국과 공통된 점이 많다.

참고로 한국에서 새해 인사를 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복(福)’과 복어의 ‘복’은 발음이 같다. 신년 맞이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복어는 길한 음식이 아닐까 싶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이 글을 쓰면서 새삼 느꼈다. (번역・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