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2023.1.3

맛집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복어탕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아시나요? 몇 달 전부터 한국에서 누구를 만날 때마다 “보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반응은 몇 년 전만 해도 TV 도쿄에서 방영한 ‘고독한 미식가’였다. 난 관계자도 아니고, 아무 연관도 없지만, 일본 사람을 만나면 괜스레 말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두 매체는 ‘식(食)’을 주제로 하며 현지인이 갈 만한 음식점을 소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는 마츠시게 유타카가 연기하는 이노가시라 고로가 홀로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며 진지하게 혼잣말로 맛을 평가하는 드라마다. 한국에서도 한글 자막판으로 반영하여 인기를 끌었다. 한편,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한국어로 진행된다. ‘마츠다 부장’이라 불리는 일본인 남성이 오사카 부근의 맛있는 음식점에 가서 카메라맨이나 동행한 스태프(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채널로, 메인으로 나오는 마츠다 부장의 한국어 실력이 꽤나 유창하다.

내게 채널을 보고 있다고 말한 사람도 으레 “아야 씨보다 한국어를 잘해요”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봤더니 정말 잘한다. 그뿐만 아니라 특유의 여유 있는 자세로 음식에 얽힌 다양한 상식까지 소개해 준다. 덕분에 나도 한국에 있는 사이 푹 빠졌고, 이번에 오사카에 가면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에서 소개한 가게에 꼭 가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소개된 수많은 가게 중에서 이번에 간 곳은 ‘후구 쿠지라(복어 고래 ふぐくじら)’라는 가게다. 이름 그대로 복어와 고래를 파는 가게로 ‘응? 고래 고기?’ 하고 잠깐 멈칫했지만, 이번에는 마츠다 부장이 추천한 복어 코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장소는 도톤보리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골목 안쪽에 위치해 관광객들이 찾기엔 다소 어려울 줄 알았는데 역시나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와 있었다. 스마트폰 지도로 길을 찾는 것은 현지인이나 외국인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복어를 택한 건 오사카 하면 복어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츠다 부장도 강조했듯이, 오사카 사람들은 복어를 자주 먹는다. 최상급 복어라 불리는 ‘토라후구 (자주복 とらふぐ)’의 소비량은 일본에서 최고로 꼽히고, 전국의 약 60%를 오사카에서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간 건 1월 2일이었고, 영업할까 싶어 새해 첫날에 전화를 걸었는데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점원이 전화를 받았던 걸 보면 아마 신정에도 영업하지 않았나 싶다.

복어를 잘 먹는 편이라 해도 비싼 탓에 그리 편히 먹을 수는 없지만 ‘후구 쿠지라’는 그럭저럭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복어 껍질부터 사시미, 튀김, 구이, 탕, 죽 등으로 구성된 복어 삼매경 코스를 주문해 배가 터질 정도로 실컷 복어를 즐겼다. 복어구이는 처음이었는데 마늘과 고추가 듬뿍 올려져서 나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중앙일보 칼럼에도 소개한 바 있듯이 오사카에서 ‘텟치리(てっちり)’라고 부르는 복어탕은 한국에서 ‘복지리탕’이라고 한다. 한국어의 ‘지리’는 맑은 국물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텟치리’에서 전해온 게 아닌가 싶다. 덧붙여 일본어로 복어를 뜻하는 ‘후구’는 ‘복’, ‘복어’와 발음이 비슷하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오사카는 한국과 왕래가 잦은 도시로 음식 문화 역시도 한국과 공통된 점이 많다.

참고로 한국에서 새해 인사를 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복(福)’과 복어의 ‘복’은 발음이 같다. 신년 맞이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복어는 길한 음식이 아닐까 싶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이 글을 쓰면서 새삼 느꼈다. (번역・박수진)